'넷플릭스 탭을 켜면 언제나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화려한 장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피가 튀기는 잔혹한 스릴러나 머리 아픈 복잡한 세계관에 지쳤다면, 오랜만에 가볍게 뇌를 비우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초능력 히어로물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히트작 제조기 연출진과 역대급 비주얼 배우들이 뭉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추천작, <원더풀스>입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로 대중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 유인식 감독과 천만 영화 <극한직업>의 말맛을 살려낸 허다중 작가가 의기투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장르물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는데요. 과연 이 화려한 라인업의 B급 초능력 배틀물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을까요?
정체불명의 폐수가 낳은 초능력자들, 황당하고 싱그러운 서막
이야기의 시발점은 한 사이비 교회에서 시작됩니다. '구원영생교'라는 기괴한 집단에서 은밀하게 유출되던 정체불명의 폐수, 그리고 그 오염물질에 우연히 신체가 접촉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기이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은채니(박은빈 분)'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극도로 약해 평생을 숨죽여 살아가던 인물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됩니다. 비극인 줄만 알았던 약한 심장이 초능력의 방화쇠가 된 셈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초능력을 얻은 게 은채니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황당하고 개성 넘치는 능력들이 쏟아집니다. 완벽한 비주얼로 염력을 써대며 시선을 강탈하는 차은우부터,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붙여버리는 접착 능력자 '학씨 아저씨' 최대훈, 그리고 무지막지한 파워를 자랑하는 괴력 능력자 임성재까지 가세합니다. 여기에 채니의 든든한 버팀목인 할머니 김혜숙이 중심을 잡고, 이 허술하면서도 강력한 초능력 군단에 맞서는 거대 악이자 최종 빌런으로 명품 배우 손현주가 등판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인 야단법석 능력자 배틀물의 서사를 완성합니다.
B급 감성과 생각 없이 정주행하기 좋은 완벽한 속도감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진지함의 무게를 과감히 덜어냈다는 점입니다. 보통 초능력이나 사이비 교회가 엮이면 극이 어둡고 무거워지기 십상인데, <원더풀스>는 B급 코미디 감성을 치트키로 활용합니다. 무겁고 웅장한 할리우드식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동네 골목대장들이 초능력을 쓰고 투닥거리는 듯한 유쾌한 코미디 요소가 극 전반을 지배합니다. 덕분에 총 8부작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고구마 구간이나 지루하게 끌리는 부분 없이 그야말로 '술술' 넘어갑니다.
특히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일품입니다. 사랑스러움의 인간화인 박은빈을 중심으로 임성재, 손경훈 등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보여주는 코믹한 장면들은 보는 내내 입가에 헛웃음과 폭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연기 구멍 없는 베테랑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를 뜯어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습니다. 큰 고민 없이 화면이 이끄는 대로 팝콘을 먹으며 킬링타임하기에는 더없이 최적화된 톤앤매너를 자랑합니다.
2% 부족한 빌런 대결과 밋밋하게 소비된 핵심 인물의 아쉬움
하지만 모든 요소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다 보고 난 뒤 밀려오는 짙은 밍밍함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거대한 한 방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 가장 큰 이유는 선과 악의 팽팽한 대립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은채니를 중심으로 한 팀과 하원도 박사를 필두로 한 빌런 진영의 대결은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이 두 세력의 팽팽한 저울추 역할을 해줘야 했던 중간자적인 인물, '이운정'의 활용 방식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운정은 상황에 따라 주인공 편에 설 수도, 혹은 빌런의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서사 구조상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어야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극본은 이 인물을 너무나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그려내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동료들을 배신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서사가 얕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심리적 타격이나 긴장감,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한 채 무덤덤하게 흘려보내게 됩니다. 갈등의 최고조여야 할 순간이 싱겁게 끝나버리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 하나 없는 흐름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머리를 비워낼 기분 전환용 드라마
몇몇 서사의 아쉬움과 밋밋한 갈등 구조가 발목을 잡을지언정, 이 드라마가 가진 대중적인 가치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원더풀스>는 감상하는 내내 소소하게 웃을 수 있고, 인물들의 연대감에 소박하게 공감할 수 있는 뚜렷한 장점을 가진 작품입니다. 평소 히어로물이나 독특한 능력자 배틀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취향에 딱 맞을 만한 가벼운 스낵 컬처 드라마입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 많은 일상 속에서, 개인적인 기분 전환이나 환기가 절실한 분들에게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깊게 고뇌할 필요도 없고, 반전을 추리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도 없이 그저 켜두고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추천작을 찾으신다면, 이번 주말은 박은빈과 차은우의 엉뚱한 초능력 세계로 가볍게 발을 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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