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임원 승진 코앞에 두고 왜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인생 드라마 추천

평소 넷플릭스 찜 목록에만 넣어두고 이상하게 손이 안 가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대기업 직장인의 뻔한 애환을 다룬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방치해 뒀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딱 그랬는데요.


어느 날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중반부로 흘러가면서 제 예상과 전혀 다른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삶의 궤적을 묵직하게 부수고 들어와, 왜 이제야 봤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인생 드라마 추천작이 되어버린 이 작품의 숨겨진 매력을 꺼내보려 합니다. 화면 속 주인공에게 들이닥친 풍파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답이라고 믿었던 25년의 견고한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평생을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로 살아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착실하게 공부해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 입사했고, 한 직장에서 자그마치 25년 동안 부지런하게 버텨내며 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 바로 김낙수(류승룡 분)입니다. 이제는 직장인의 별이라는 임원 승진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성공한 인생의 표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가장 견고해 보이는 순간에 균열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김낙수의 인생 그 자체이자 전부라고 믿었던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고, 그의 삶에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건 사고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극은 김낙수라는 한 인간의 생애 중 가장 처절하고 어두운 바닥을 조명하기 때문에, 화면을 채우는 주인공의 감정적 무게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무겁습니다. 타이틀롤을 맡은 류승룡 배우의 깊은 눈빛과, 그의 든든한 사수이자 백정태 상무 역을 맡은 유승목 배우의 연기 호흡은 왜 두 사람이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나란히 트로피를 거머쥐었는지 묵직하게 증명해 냅니다.


비호감 꼰대 부장의 모습 뒤에 숨겨진 거대한 빌드업

주인공 김낙수라는 캐릭터가 지독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데다가, 전형적인 꼰대 감성까지 똘똘 뭉쳐 있어서 초반 몰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화면 속에서 순간순간 비치는 그의 이기적인 태도와 타인에 대한 인색함은 시청하는 내내 상당한 비호감으로 다가왔고, "내가 과연 이 이야기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하는 깊은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과 거부감은 정확히 4화에서 뒤집힙니다. 회사에서 몰려오는 퇴출 압박을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김낙수는, 급기야 자신의 팀원들을 설득해 전원이 영업에 나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온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현장을 뛰고 늦은 밤 근처 허름한 숙소에 몸을 뉘었을 때, 팀원인 정성구 대리가 누운 채로 김낙수에게 툭 던진 한마디가 제 뇌리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이런 벼락치기 영업이 정말로 부장님께 도움이 되나요?"

"상구야, 9회말 2아웃에는 그냥 머리를 비우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공 하나 오겠지 하고 그냥 풀스윙 하는 거야.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미련해보이던 김낙수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제가 그토록 밀어내고 싶었던 김낙수의 고집스럽고 꼰대 같던 초반의 모습들이, 사실은 이 4화 이후에 펼쳐질 진정한 인간 김낙수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정교한 빌드업이였습니다.


바보 같은 선택을 응원하게 만드는 몰입의 힘

그 한마디를 기점으로 제 시선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억지로 밀어내려 해도 어느새 제 마음은 화면 속 김낙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고, 그가 겪는 부조리한 현실에 깊이 동화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회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아산 공장으로 좌천되었을 때, 드라마는 그에게 잔인한 선택지를 던집니다. 공장 직원 21명의 구조조정 명단을 넘겨주고 본사 임원으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였습니다.


그가 결국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퇴직을 선택하는 순간, 화면을 보던 제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냥 명단 넘기고 본사 가지"라고 중얼거리고 있더라구요. 그만큼 어느새 김낙수라는 캐릭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던 드라마

회사라는 거대한 성벽 밖으로 밀려난 이후, 야생으로 던져진 그의 제2의 삶은 초반의 비호감을 완전히 상쇄할 만큼 매회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매회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작품이 막을 내리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게 느껴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정답이라고 믿었던 타이틀을 내려놓은 뒤에야 비로소 진짜 자신의 인생을 찾기 시작하는 한 남자의 발자취는, 화면을 끄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가슴 한구석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남들이 다 맞다고 하는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어른들에게, 그리고 지친 일상 속에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진짜 내 인생의 이정표 같은 작품을 찾고 계신다면 망설임 없이 저의 인생 드라마 추천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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